레이턴시(Latency)는 마이크에 들어간 소리가 처리된 뒤 헤드폰이나 스피커에서 들릴 때까지 생기는 지연입니다. 보컬 녹음에서는 입으로 소리를 낸 순간보다 헤드폰 속 자기 목소리가 조금 늦게 들리는 현상으로 느끼기 쉽습니다.

목소리가 돌아오는 길
마이크가 받은 소리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거쳐 컴퓨터로 들어갑니다. 녹음 프로그램에서 처리된 뒤 다시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거쳐 헤드폰으로 나옵니다. 이 길을 오가는 데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립니다.
입력에서 생긴 지연과 출력에서 생긴 지연을 모두 합친 값을 ‘왕복 레이턴시’라고 합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변환 시간, 드라이버와 버퍼, 컴퓨터의 처리 속도, 플러그인이 모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버퍼 숫자만으로 가수가 실제로 느끼는 지연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블루투스 헤드폰이나 스피커를 쓰면 무선 전송과 기기 내부 처리 때문에 지연이 더 생길 수 있습니다. 보컬을 실시간으로 들으며 녹음할 때는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유선 헤드폰을 직접 연결하는 편이 일반적입니다.
노래할 때 느끼는 어긋남
헤드폰에서 자기 목소리가 늦게 돌아오면 자기 귀에 바로 들리는 목소리 위로 지연된 목소리가 겹칩니다. 짧은 메아리처럼 느껴지거나, 두 목소리가 흔들리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지연이 커지면 박자보다 늦게 부르는 느낌이 들고, 자음이 붙는 순간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음정과 발음에 집중하기도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과 노래, 헤드폰에서 자기 목소리를 얼마나 크게 듣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녹음된 파일이 반주보다 늦게 놓인 문제와 녹음하는 동안 헤드폰에서 늦게 들린 문제는 같지 않습니다. 녹음 프로그램이 파일의 위치를 자동으로 맞춰도, 가수가 노래할 때 느낀 지연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노래하기 전에 헤드폰 소리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버퍼 크기와 지연
오디오 버퍼는 컴퓨터가 소리를 잠깐 모아 두었다가 묶어서 처리하는 공간입니다. 버퍼를 작게 잡으면 소리를 더 자주 처리하므로 헤드폰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대신 컴퓨터가 바빠져 클릭과 끊김, 과부하 경고가 생길 수 있습니다.
버퍼를 크게 잡으면 컴퓨터가 한 번에 처리할 여유가 늘어 무거운 프로젝트를 재생하기 쉬워집니다. 그 대신 녹음 중에 듣는 목소리는 더 늦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녹음할 때는 비교적 작은 버퍼를 쓰고, 플러그인과 트랙이 많은 믹싱에서는 큰 버퍼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알맞은 값은 컴퓨터와 인터페이스, 프로젝트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정 숫자를 모든 환경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버퍼를 줄인 뒤 소리가 끊긴다면 쓰지 않는 프로그램을 닫고, 프로젝트에서 무거운 가상 악기나 효과를 잠시 끄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래도 안정적이지 않다면 버퍼를 조금씩 키우며 지연과 끊김 사이의 균형을 찾습니다.
플러그인이 만드는 지연
일부 플러그인은 소리를 분석할 시간을 확보하려고 입력된 소리를 잠시 늦춥니다. 앞으로 들어올 소리를 미리 살피는 룩어헤드 기능, 소리를 여러 번 분석하는 정교한 노이즈 제거와 리미터 등이 지연을 더할 수 있습니다.
녹음 프로그램의 ‘플러그인 지연 보상’은 여러 트랙이 함께 재생될 때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시간을 맞춥니다. 하지만 가수가 마이크로 부른 소리가 컴퓨터를 돌아 헤드폰에 도착하는 시간 자체를 모두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저지연 모드’는 지연을 크게 만드는 플러그인을 잠시 끄거나 제한해 모니터링 지연을 줄입니다. 프로그램마다 이름과 작동 방법이 다릅니다. 녹음할 때만 저지연 모드를 켰다면, 나중에 믹싱할 때 원래 플러그인이 다시 켜졌는지도 확인합니다.
다이렉트 모니터링
다이렉트 모니터링은 마이크 신호를 컴퓨터 안까지 보냈다가 돌려받지 않고,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 바로 헤드폰으로 보내는 방식입니다. 지나야 할 길이 짧아져 소프트웨어 모니터링보다 지연을 훨씬 적게 느낄 수 있습니다.
대신 녹음 프로그램에 걸어 둔 리버브와 음정 효과를 그대로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인터페이스 자체에서 간단한 모니터 효과나 믹스를 제공하는 제품도 있지만 기능은 장비마다 다릅니다.
다이렉트 모니터링과 녹음 프로그램의 소프트웨어 모니터링을 동시에 켜면 목소리가 두 겹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나는 바로 들리고 다른 하나는 조금 늦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메아리처럼 들릴 때는 두 경로가 모두 켜져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저지연 모드와 다이렉트 모니터링도 같은 기능이 아닙니다. 저지연 모드는 컴퓨터에서 지연을 일으키는 처리를 줄입니다. 다이렉트 모니터링은 그 경로를 거치기 전에 입력 신호를 듣습니다.
레이턴시 점검 순서
목소리가 늦게 들린다면 한꺼번에 모든 설정을 바꾸기보다 다음 순서로 확인합니다.
- 블루투스가 아닌 유선 헤드폰을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연결합니다.
- 다이렉트 모니터링과 소프트웨어 모니터링이 동시에 켜져 있는지 확인합니다.
- 녹음 프로그램의 입출력 버퍼를 줄이고 소리가 끊기지 않는지 듣습니다.
- 지연을 많이 만드는 플러그인을 잠시 끄거나 저지연 모드를 사용합니다.
- 인터페이스에서 다이렉트 모니터링을 지원한다면 녹음 프로그램의 효과를 꼭 들으며 불러야 하는지 보고, 자기 목소리를 듣는 경로를 바꿉니다.
- 짧게 녹음한 뒤 헤드폰에서 느낀 지연과 실제 파일 위치의 문제를 따로 확인합니다.
어느 정도의 지연이 괜찮은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숫자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실제로 짧은 구절과 자음이 빠르게 이어지는 가사, 긴 음을 불러 보며 박자와 음정에 방해가 되는지 들어 봅니다.
관련 용어
- 보컬 레코딩: 가수의 목소리를 마이크로 받아 오디오 트랙에 녹음하는 작업입니다.
- 리버브: 소리가 공간에서 여러 번 반사돼 이어지는 느낌을 만드는 효과입니다.
- 펀치 인: 이미 녹음한 트랙의 특정 부분만 다시 녹음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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